국내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YTN 방송 캡처
국내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YTN 방송 캡처

국내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업체는 물론 온라인 업체들까지 계란 판매를 전면 중단하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를 뛰어 넘는 사상 초유 사태가 발생했다. 16일 일부 계란 생산 농가가 ‘합격 판정’이라는 면죄부를 받았지만 먹거리 공포는 가실 줄 모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한 친환경 산란계 농장의 계란에서 닭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되면서 불거졌다.

가축과 애완동물 등에 기생하는 벼룩과 진드기를 없애는 데 주로 이용하는 피프로닐은 닭에는 직접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발생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피프로닐을 과다 섭취할 경우 간장·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성분이다.

문제는 해당 성분이 검출된 농가조차 이를 모르고 사용했다고 주장 한 것이다. 농가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벌이고 있는 조사에서 "다른 농가에서 이 물질이 진드기 박멸에 좋다는 얘길 들었다. 피프로닐인 줄은 알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지불식간에 통산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얘기다.

또 현재까지 이 농가의 계란 16만개가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경위 조사에서 농장주는 지난 6일 피프로닐을 한 차례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농식품부가 계란의 시료를 채취한 시점은 9일, 피프로닐이 검출된 시점은 14일이다. 즉 6일부터 13일까지 하루에 2만개에서 2만5000개 정도씩 16만개 정도가 유통된 셈이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경기도 광주의 또 다른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닭 진드기 박멸용으로 사용되는 '비펜트린' 성분이 사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농식품부는 관계부처 및 민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15일 자정부터 전국 3000마리 이상 산란계 농가의 계란 출하를 잠정 중단했다. 또 오는 17일까지 전국 모든 산란계 농장 1456곳의 살충제 전수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살충제 성분 계란에 대해 거론하자 다급해진 농식품부는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전 산하기관을 총 동원해 검사를 벌였다. 16일 오전 10시 농식품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수 조사 대상 농가 중 243논가를 16일 오전 5시까지 검사한 결과 241농가가 접합펀정을 받았다고 했다. 강원도 철원 소재 농가에서 피프로닐이, 경기도 양주 농가에서는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됐다는 것이다.

국내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YTN 방송 캡처
국내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YTN 방송 캡처

이에 대형마트 3사와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업체와 쿠팡·티몬·위메프 등 온라인 업체, 맥도날드 등 계란을 주로 소비하는 업체들까지 관련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하지만 정부가 검사를 계속할수록 살충제 성분이 함유된 계란을 생산한 산란계 농가는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은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남 순천은 물론 전남 나주, 충남 천안 농가에서도 기준을 초과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마트와 롯데마트, GS25, GS슈퍼마켓, 농협하나로마트, 티몬 등은 자사 납품업체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주요 유통업체들은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하루 만에 계란 판매를 재개했다. 맥도날드도 한시적으로 중단했던 일부 제품의 판매를 재개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했다.

국내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YTN 방송 캡처
국내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YTN 방송 캡처

반면 ‘신선대란 홈플러스(11시온)’ 제품의 경우 0.02㎎/㎏, ‘부자특란(13정화)’에서 기준치의 무려 21배 수준인 0.21㎎/㎏의 비펜트린이 검출돼 충격을 줬다.

홈플러스의 살충제 계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농장에서 이미 출하돼 유통 중인 계란의 살충제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대형마트, 수집판매업체, 집단급식소 등 105개소의 계란을 수거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귀띔했다. 한 달 여전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시작됐을 때 농식품부는 우리나라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적이 없다고 밝혔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로 정부의 먹거리 위생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하게 드러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그동안 항생제 등만을 검사했으며 살충제 성분 검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농장 60곳을 표본으로 선정해 피프로닐 검사를 진행했고 제대로 된 검사는 지난 3월에야 이뤄졌다. 다른 농장에서 이미 유통한 계란에 이 물질 대거 사용됐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이번 사태는 안일한 보건 행정이 불러온 인재(人災)이다”라며 “국민 건강을 중시하는 보건 행정과 함께 먹거리 관리를 좀 더 엄격하고 철저하게 실시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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