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식경영이라는 단어가 엔터프라이즈 생태계를 휘몰아치며 정부기관의 지원을 받아 벤처 붐이 일기 시작하던 때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에 정보담당임원(CIO)을 조직 내에 갖추어야 한다며 포럼과 학술대회에서 많은 토론도 이어졌다.

지난 칼럼에서 데이터와 정보의 관계는 엔터프라이즈의 비즈니스 틀을 실현하는 활동과 그 결과인 데이터로 정의했다. 특히 정보는 데이터가 장기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정보는 데이터보다 한 차원 높은 계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한 차원 높다는 의미로 메타 데이터(Meta Data)라 부른다.

1990년대 중반에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의 지식경영은 한국의 기업과 정부기관이 지식이라는 단어를 경영에 처음 사용하였고 데이터와 정보, 지식에 대한 관계를 정립하기 시작한 때라 볼 수 있다. 그 당시 지식은 직원들의 지식을 모아서 경영에 활용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며 발전해 나가자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지식경영 도입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큰 기대만큼 효율과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데이터-정보-지식은 서로 어떤 관계이며 엔터프라이즈에서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엔터프라이즈 데이터는 비즈니스 활동에 의해서 생성되는 결과이고 정보는 수립된 비즈니스 목표와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활동과 그 결과로 함께 정립되어 있을 때를 정보라고 불렀다. 지식은 장기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해 나가며 얻은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thinking)하는 활동을 통해 비즈니스 목표와 전략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은 정보보다 한 차원이 높고 데이터보다 두 차원이 높으므로 메타 메타 데이터(Meta Meta Data)라고도 부른다.

과거 기업들의 지식경영에 대한 실패는 엔터프라이즈 사고(thinking)체계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직원의 지식을 모으고 이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수집된 직원의 지식은 기업적 입장에서는 수집된 데이터일 뿐이고 먼저 정보시스템을 갖춘 후에 한 차원 높은 엔터프라이즈 지식시스템을 갖추어야 했다.

데이터 웨어하우스의 거장인 Bill Inmon은 2002 DAMA 심포지움 & 메타 데이터 컨퍼런스(San Antonio, TX) 에서 엔터프라이즈에 존재하는 반구조(Semi-Structured) 및 비구조(Unstructured)된 데이터도 관리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터프라이즈의 모든 형태의 데이터를 전사적 차원으로 수용하여 정보를 넘어서는 지식적 접근의 시작이고 엔터프라이즈의 사고 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첫 걸음이었다.

4차산업혁명으로 놀라운 변화가 예고되는 현 시대에 데이터는 다시 빅데이터라는 호칭으로 우리에게 다시 다가왔고 인공지능과 딥러닝은 엔터프라이즈 생태계가 정보를 넘어서 지식 세계로의 전이를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지식 세계 이후의 지혜로운 엔터프라이즈의 모습은 아직 상상조차하기 힘들지만, 우리에게 현실로 함께 다가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와 불안을 느낀다.

지금까지 산업 기술의 태동은 한 알맹이의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하여 현 패러다임과 신 패러다임이 뒤섞인 공전의 시대를 거쳐서 전이해 왔다. 우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드리며 생각해 보아야할 중요한 사항은 패러다임 변화가 가져다 주는 효과가 아니라,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난 이유(Why)와 계기(Event)에 대하여 깨닫는 것이다.

엔터프라이즈 데이터가 정보로 한 차원 높은 접근한 이유는 엔터프라이즈의 비즈니스 틀을 균형적이고 조화로운 통합된 활동을 통해 함께 실현해 감을 의미했다. 현 시대는 정보 차원을 넘어 사고 체계와 시스템을 갖춘 엔터프라이즈로서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의 생태계는 두 차원의 패러다임을 한꺼번에 뛰어오를 수 없고 현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한 계단씩 올라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지혜로운 기업이 되려면 먼저 실현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틀을 정의하고 그것을 수행하는 활동과 데이터에 대하여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보다 한 차원 높은 메타 데이터 리포지토리(Meta Data Repository)에 담아 엔터프라이즈의 사고 체계와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정보화 시대를 지나 지식 사회로 전이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우리 가지고 있는 정보 자산과 현재 모습을 명확히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재관 objectjk@gmail.com 필자는 30년전, 중소기업 전산화를 위해 프로그래머로부터 출발하여 광양제철소 생산공정 진행을 위한 데이터베이스의 데이터 정합성을 관리하며 데이터 품질 분야에 첫 발을 내디뎠다. 제임스 마틴 박사의 정보공학방법론에 매료되어 기업과 정부기관의 정보전략기획 및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위한 컨설팅을 수행하였다. 최근 2년전에 DAMA International의 Korea Chapter를 설립하여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매니지먼트(eDM) 프레임워크를 연구하며 세계의 데이터 매니지먼트 그룹들과의 연계와 지식을 보급하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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